헌사

김규동




말하지 않는

하늘과 들이

말하지 않는

임들과 산천초목이

우리 가슴 휘감으니

유월은

차마 되새길 수 없는 추억이고나

제 동족끼리

피 흘려 싸우다니

삼천리 내 강토

불바다 만들다니

후덥지근한

바람 속에

흐느끼는 울음소리

천지에 가득 넘쳐

온 세계

자유와 양심의 벗들아

그대들은 이 비극을 어떻다 하는가

포연 속에 사라진

수많은 형제들

검은 흙에 묻혀 세월은 가고

남북의 대결 속

우리는 살아서

위태로운 번영의 시대를 누린다

하늘과 들이

사라진 임들과 산천초목이

이리도 막막하고 서글픈

상념의 물굽이 일으켜 세우니

남북이 하나가 되는

눈부신 탄생의 아침은

언제이냐.



김규동 『깨끗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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