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은
이병일
아직 봄은 저 바깥에 머물고 있었던 거다
나무는 봄이 비좁다고 느껴질 때마다
피안을 끌고 들어가는 꽃송이와 새순을 토해낸 거다
그러니까 이제 봄비 그친 직후, 꽃나무를 보는 것은 멀리하자
밀려나오는 꽃순 소리는 새파란 음악이 되었다
그건 영원한 바깥을 열어주는 꿈이었다.
생이 가려웠으나
당신은 아름다움 끝에 있는 폐허를 좋아했다
새순과 꽃송이엔 흉터가 자라고 있었다
바깥이 바깥 안에 든 다른 생으로 몸을 바꿨다
오늘 당신은 낮에 나온 꽃자리를 보며 생을 찾아간다
그러나 흰 영구차의 매연이 눈부시게 빛날 때처럼
이 바깥 세계에 있는 세상은 세상 아닌 듯 투명해졌다
이병일 『옆구리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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