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대하여

정일근




기다림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늦은 퇴근길 107번 버스를 기다리며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들쥐들이, 무릇 식솔 거느린 모든 포유류들이

품안으로 제 자식들을 부르는 시간,

돌아가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보르고 싶다

부르고 싶다 어둠 저편의 길들이여

경화, 태백, 중초마을의 따스한 불빛들이여

어둠 저편의 길을 불러 깨워

먼 불빛 아래로 돌아가면, 아내는

더운 밥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아이들은 멀리 있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리

살아 있음이여, 살아 있음의 가슴 뛰는 기쁨이여

그곳에 내가 살아 있어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푸른 별로 돋아나는 그리운 이름들을 쓴다



정일근 『바다가 보이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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